고대 로마 유적, 재활용과 철거로 사라진 기념물의 기록

고대 로마의 기념물은 새 건축물을 짓기 위한 자재로 재활용되거나 훼손되며 사라졌습니다. 에티엔 뒤페라크가 1575년에 그린 판화는 르네상스 시대 로마의 유적과 당시 이미 사라진 건물의 모습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고대 말기부터 기둥은 다른 건축물에 옮겨 쓰였고, 대리석 장식은 떼어내 다시 다듬거나 석회를 만들기 위해 불태웠습니다. 중세에 로마 인구가 급감하고 도시 일부가 버려지면서 건물은 방치되거나 지진으로 무너졌고, 남은 자재를 채취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로마의 건설 붐은 궁전과 교회에 쓸 귀한 자재와 일반 자재를 찾는 과정에서 고대 기념물의 훼손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이러한 파괴가 이어지는 한편 고대 유적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당시 예술가들이 남긴 이미지는 오늘날 고고학자와 역사가에게 사라진 로마 건축물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 됐습니다. 프랑스 출신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뒤페라크는 1550년대 로마에 도착해 이후 20년 동안 고대 도시의 유적을 연구하고 그렸습니다.

뒤페라크의 판화 ‘네르바 포룸의 유적’은 오른쪽에 일부가 땅에 묻힌 고대 주랑을, 왼쪽에는 미네르바 신전의 잔해를 배치했습니다. 신전의 파편으로 남은 엔타블러처에는 서기 96년부터 98년까지 재위한 로마 황제 네르바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현재 오른쪽의 두 기둥은 서 있지만, 신전은 1606년에 철거됐습니다. 대리석 기둥과 석재 블록은 잘려 다른 곳의 교회와 분수를 장식하는 데 재사용됐습니다.

뒤페라크는 1575년 작품집 ‘로마 고대 유적’을 통해 판화 39점을 남겼습니다. 이 판화들은 지금은 사라진 도시 풍경뿐 아니라 유적 주변에서 이뤄지던 르네상스 시대 로마인의 생활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작품집에 묘사된 유적 가운데 상당수는 이후 모습이 바뀌거나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Source: artandob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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