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현대 미술의 재조명, 로얄 아카데미에서 만나다
1944년 11월,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로얄 아카데미가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는 단순한 국가적 자긍심이나 반파시스트 예술의 전시가 아니라, 브라질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브라질의 정치인인 오스발도 아란하가 기획한 이 전시는 연합군을 지원하는 문화적 사명을 띠고 있었다. 150점 이상의 작품이 모였고, 그 중 23점은 영국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80년이 지난 지금, 로얄 아카데미에서는 ‘브라질! 브라질! 현대 미술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당시와는 달리 정치적 압박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브라질의 현대 미술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로얄 아카데미의 수석 큐레이터인 애드리안 록은 이 전시가 1944년의 전시를 보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영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을 조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의 파울 클레 센터와 협력하여 기획된 이번 전시는 130점의 작품을 전시하며, 1910년부터 1970년까지 활동한 10명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타르시라 두 아마랄, 루벤 발렌틴, 알프레도 볼피 같은 잘 알려진 예술가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아니타 말파티와 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도 소개된다. 록은 이 작은 그룹이 브라질 미술에서 중요한 인물인 그들을 조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현대 미술이 꽃을 피운 이 60년 동안, 미술과 건축,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가 발전했다. 근대주의자들은 식민지 시대의 전통 예술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색조를 실험했다. 록은 브라질 현대 미술이 일상적인 회복력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작가들이 브라질의 다양성을 탐구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전시의 입구에는 브라질의 도시 풍경과 팝라, 숲과 폭포, 리우데자네이루의 설탕빵과 그리스도 구세주 동상이 담긴 네온 색 비디오가 상영된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새소리와 열대우림의 소리에서부터 삼바 드럼과 보사 노바 음악으로 이어지는 사운드트랙이 흐르며 관람객들을 유도한다.
전시 초반부에는 유대계 리투아니아 이민자 라자르 세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 ‘바나나 플랜테이션’과 ‘파벨라’는 브라질에서의 억압과 이주를 다룬다. 특히 ‘바나나 플랜테이션’에서는 남성이 울창한 바나나 나무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 그려져, 그가 식물에 흡수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1888년 노예제 폐지 이후 브라질로 대거 이주한 유럽 이민자들을 암시한다.
전시의 후반부에서는 알프레도 볼피와 같은 작가들의 순수한 추상 작품들이 소개된다. 그의 ‘미지의’ 작품은 대조적인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렌틴의 조각과 기하학적 회화는 아프리카-브라질 문화 전통과 현대주의의 경계를 허물며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브라질 현대 미술이 단순히 한정된 그룹의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변화하는 경관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록은 브라질 현대 미술의 다양성과 그 속의 복잡성을 강조하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Source: www.ar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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