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해적과 디지털 예술의 만남: '신이노 도킹' 전시


로스앤젤레스 —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적은 여성이다. 정이사오(鄭宜蘇)는 1801년부터 1810년까지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며, 1807년 남편이 사망한 후 그의 적기(赤旗艦대)를 인수하였다. 이후 3년간 그녀는 영국, 포르투갈, 중국 해군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저지했으며, 1810년에는 중국 정부와의 협상으로 면책을 받고 해적 활동을 마감하였다.
정이사오의 유산과 여성 해적의 이야기는 야로(Yaloo)의 전시 '신이노 도킹'에 영감을 주었다. 이 전시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공간인 리프 스페이스(Rip Space)에서 진행 중이다. 야로의 주인공인 신이노(Shininho)는 픽션 캐릭터로, 86세의 K-팝 아이돌이면서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는 해적선의 선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캐릭터는 아티스트의 할머니의 전체 신체 스캔을 바탕으로 한 모습으로, 메타휴먼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구현되었다.
이 몰입형 설치물은 신이노의 홀로그램 춤, 꿈같은 풍경을 투사하는 수직 스크린, 동아시아 선박 부두를 장식하는 행운의 신전과 유사한 산업용 적삼목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신이노의 여정 중 한 “정거장”으로, 앞으로 미국과 한국을 순회하며 계속될 예정이다. 공간은 예술가 예츠비(Yetsuby)가 제작한 소리 풍경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소리는 수중의 파티 비트에 맞춰 울리는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데이터 뱅크(Data Bank)'라는 작품에서는 신이노가 할머니의 집을 스캔한 렌더링을 수영하는 영상이 반복 재생된다. DNA 사슬에 연결된 신경의 가느다란 실이 새로운 신이노를 생성하고, 이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떠다닌다. 이 스크린 앞에는 신이노가 화려한 핑크색 바디수트를 입고 있는 대형 홀로그램 '엔딩 요정(Ending Fairy)'이 있다. 모션 캡처로 구현된 공연은 신이노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인 인천을 떠올리게 하는 디지털 풍경에서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연출한다.
신이노의 디지털 몸이 할머니의 몸이 남긴 기억은 무엇일까? 야로의 멀티미디어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 의식의 교차점을 다루면서, 기술 발전과 고대 영적 관습 간의 간극을 도전적으로 탐구한다. ‘신이노 오프닝 넘버(Shininho Opening Number)’에서는 벽에 기댄 대형 모니터에서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1944년 저서 '다운 빌로우(Down Below)'에서 인용된 한글과 영어 텍스트가 스크롤된다: “먼 미래, 나는 삼위일체의 제3의 미래로 내려갔다. 태양의 섭리에 의해, 나는 남성성, 달, 영혼, 집시, 곡예사, 레오노라 캐링턴, 그리고 여자로서 나 자신을 남겼다.” 이 인용은 야로의 “제3의 미래”를 언급하며, 노화하는 몸의 변형적 특성과 정이사오와 같은 해양 여성의 유산을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신이노 도킹 전시는 리프 스페이스(1250 롱비치 애비뉴 #326,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에서 2월 9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베라 페투코바(Vera Petukhova)가 큐레이터로 참여하였다.
Source: hyperallerg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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